• 최종편집 2024-04-18(목)

임지없는 목회자 증가, 신학교는 학생 수급난

신학생 감소와 목회자 공급과잉 사이의 불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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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8.01.3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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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교에서 양산되는 목회자 수, 일선 목회현장의 수요 넘어

젊은 목회자의 유입속도 비해 기존 목회자들 은퇴속도 저조


대학 졸업시즌이 다가왔다. 한국교회의 미래를 책임지게 될 신학생들을 배출하는 신학대학교와 신학대학원 역시 졸업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신학대학원 졸업생들은 강도사고시 등을 준비하며 목회현장 일선에 본격적으로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상황은 이들이 마음껏 자신의 목회를 펼쳐나가기에 녹록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부교역자로 시작해 청빙을 통해 담임목사로 사역을 이어나가는 것이 졸업생들이 그리는 이상적인 미래이지만, 졸업생의 수에 비해 부교역자를 구하는 교회의 수는 부족하기만 하다. 여기에 일부 교단에서 목회자 정년을 폐지하여 젊은 목회자들의 입지를 좁히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신학대학교에 대한 기피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넘쳐나는 목회지망생・신학대학교와 신학대학원은 한국교회를 이끌어갈 목회자들을 키워내는 학교다. 이들 학교의 졸업생들은 대부분 목회지망생으로 학업과 함께 기성교회의 부교역자로 일하며 목회자의 소명을 키워나가고 있다. 그러나 현재 수많은 신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목회지망생들을 모두 받아들이기에 한국교회는 인력과다 현상을 겪고 있다. 교회에서 필요로 하는 수요에 비해 신학교 졸업생의 공급이 더 많아진 것이다.


때문에 일부 신학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교회개척을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개척교회 역시 난립하면서 이미 포화상태이며, 교인들도 개척교회보다 대형교회를 선호하는 경향이 여전히 강해 섣불리 개척을 시도하다 빚더미에 올라앉게 되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한국교회의 현실은 목회지망생으로 하여금 목회의 꿈을 접게 만들기도 한다. 모교단의 인준을 받은 한 신학교에서는 졸업생의 50%만이 목사안수를 받고 나머지 50%는 일반 기업체에 취업하거나 취업준비생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정규인가를 받은 신학대학교와 신학대학원 역시 마찬가지다. 총신대학교와 장신대학교, 목원대학교, 협성대학교, 한신대학교, 나사렛대학교 등 신학대학교의 신학과 졸업생들은 대부분 신학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신학대학원 졸업생들 가운데 목회가 아닌 일반기업에 취업하거나 창업, 혹은 연구소 등에서 일하는 비율도 상당히 높은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는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후 목사안수를 받더라도 부교역자로 청빙받기가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교회의 경우 부교역자 한 명을 청빙하는데 100:1의 경쟁률을 보이기도 한다. 이는 그만큼 목회지망생들이 목회현장을 찾기 힘들어지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신학교의 침체와 수급 불균형・이렇게 목회자를 꿈꾸던 졸업생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신학대학교의 신입생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대한기독교감리회는 경우 올해 12월까지 교단산하 3개 신학교인 감리교신학대학교와 협성대학교, 목원대학교의 목회대학원 통합을 위한 제반준비를 완료하기로 했으며, 교단의 장단기발전위원회와 3개 신학교는 목회자 수급조절과 신학교육의 양질향상을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감리교가 목회대학원을 통합하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학생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하던 중 미국에서조차 신학대학교들이 타 대학에 흡수되어 통폐합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운영이 열악한 감리교회의 신학대학교들이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일기도 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측 역시 지난 제101회 총회에서 향후 3년간 신학대학원 신입생 정원을 감축하기로 결의했다. 이 역시 지원자가 줄어드는 상황 속에서 나온 고육지책으로, 우리나라의 신학대학원에 지원하는 목회지원자가 갈수록 줄어드는 현실을 반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목회자지원자의 수는 과다상태다. 그만큼 한국교회가 지금까지 너무 많은 목회자들을 양산해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젊은 목회자들의 유입속도에 비해 기존목회자들의 퇴임속도가 너무 느린것 역시 이러한 불균형의 원인이 되고 있다. 신학교는 학생들이 부족해 허덕이고 있지만, 실제 목회현장에서는 너무 많은 목회자들로 인해 경쟁이 과열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batch_10면 해설 - 목회자 수급.jpg▲ ◇매년 전국 각지의 신학교에서 수천명의 목회자후보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임지는 부족한 상황이다. (사진은 예장 합동측의 강도사고시를 위한 특별교육과정)
 

   무임목회자 문제 해결위한 정년조정 필요

목회자 과잉공급으로 임지부족 초래


해마다 교인수 감소현상 뚜렷함에도 불구, 목사수는 증가세

조기은퇴 등 젊은 목회자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반마련 절실


한국교회가 목회자 수급의 불균형 문제에 직면했다. 전국 각지의 신학교에서 매년 수천명의 목회자후보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이들이 목회활동을 펼칠 임지는 부족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신학대학교와 대학원들은 학생모집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갈수록 목회의 비전을 가진 목회지망생들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신학생들이 줄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임지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은 현재 한국교회의 목회자 수가 포화상태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임지를 찾지 못하는 목회자들

지난해 안수를 받은 P목사는 요즘 고민이 깊어졌다. 지난 연말 사역하던 교회에서 사임한 후 아직까지 임지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P목사는 “사역하던 교회가 재정적으로 어려운 작은 교회이다 보니 전임교역자가 부담스러웠던것 같다. 교육전도사 시절부터 5년 가까이 사역을 했기 때문에 교회의 사정을 이해한다”며, “후임지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임하게 되어 아직까지 임지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곳 저곳 이력서를 넣어보았지만 연락이 오는 곳이 없었다. 아무래도 지방신학교를 졸업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P목사와 같이 목회 초년생들은 임지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다. 도시에 위치한 왠만한 중소형 교회에서도 부교역자 청빙공고를 올리면 수십명의 지원자가 몰려들고 있다. 담임목사 청빙의 경우 경쟁률은 매우 치열할 정도로 올라간다. 대다수의 부교역자들이 꺼려하는 농어촌지역의 교회에서도 담임목사를 청빙한다는 공고가 올라오면 수십명의 목회자들이 지원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해외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목회자들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교회의 성도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도 무임목회자들을 더욱 힘들게하는 요인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측의 경우 지난 1년간 세례교인수가 12,299명 줄었으며, 전체 교인수 역시 59,202명이 감소했다. 2010년 전체교인수가 285만2천311명에서 2016년 273만900명으로 줄어들어 지난 6년간 12만명이 넘는 교인들이 통합교단을 떠난 것이다.


이것은 비단 통합측만의 문제는 아니다. 기독교대한감리회의 경우 지난 1년간 3,426명의 교인이 감소했으며, 한국기독교장로회 역시 2만4,881명이 줄어 큰 감소폭을 보였다. 계속해서 성장가도를 달려오던 한국교회가 이제 마이너스성장의 시대로 접어들게 되면서, 목회자들의 임지 역시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회자의 수는 증가하고 있다. 2016년 예장 통합측의 목사 수는 1만9,302명으로 전해에 비해 590명이 증가했다. 교인수는 줄어드는데 목사의 수는 되려 늘어난 것이다. 늘어난 목사의 수만큼 교회수 역시 증가했다. 2016년 통합측 산하 교회수는 8,984개로 전해 대비 141개 증가했다. 이는 임지를 찾지 못한 목회자들이 개척을 시도하는 수가 그만큼 많다는 것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현상은 현재 한국교회에 목회자들이 과잉양산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교회에서 필요로 하는 목회자의 수는 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보다 많은 목회자들이 매년 배출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 1월 기독교대한감리회의 수련목자격고사 시험에 480여명이 응시했으나, 이 가운데 합격자는 170명에 불과했다. 감리교는 적정수준의 목회자 수를 유지하기 위해 수련목자격고사를 계속해서 개선해 왔으며, 매년 일정수준의 합격자만 선발하고 있는 것을 생각해 볼 때, 4대1이라는 경쟁율은 신학교에서 그만큼 많은 목회지망생들을 배출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측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졸업예정자는 약 490여명이며, 총회인준 3개 신학대학원의 경우 120여명이 강도사고시를 치르기 위한 특별과정에 지원했다. 합동측에서만 매년 600명이 넘는 목회지망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예들은 한국교회가 지나치게 많은 신학생들을 양산하고 있으며, 결국 이들을 목사안수를 받고도 임지가 없는 무임목사로 만들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학생감소 직면한 신학대학교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학교들은 학생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방의 신학대학교는 정시모집 이후 추가모집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학생수가 미달인 상태다. 특히 신학과의 경우 정원의 절반도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있다. 이 학교의 한 관계자는 “해가 갈수록 학생모집이 힘들어지고 있다. 10년전만 하더라도 미달사태가 드물었지만, 5년전 부터는 매년 모집미달을 겪고 있다”며, “신학과는 학생모집이 더 힘들어지고 있다. 그나마 현재 모집된 학생의 절반 이상이 30대 이상의 늦은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들이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실제 이 학교의 신학과의 경우 평균연령대가 30대 초중반이다. 고등학교를 갖 졸업한 신입생들보다 늦게 신학공부를 시작하려 찾아온 학생들이 더 많은 것이다. 이는 신입생 모집이 계속 미달되면서 입학하기가 수월해진 것도 영향을 끼쳤다. 현재 이 학교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신학생은 50대 중반을 넘어선 만학도이다.


학생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이 학교만의 문제만은 아니다. 한 대형교단의 신학대학교는 갈수록 신학과 지원자가 줄어들고 있다. 예장 통합측의 경우 지난 1년간 예비 목회자라 할 수 있는 전도사의 수는 84명, 교육전도사의 수는 230명이 감소했다. 특히 신학대학교와 대학원에서 학업 중 파트타임으로 사역을 하는 교육전도사 수의 감소는 신학대학교의 학생수 감소현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신학대학교에서 공부하는 목회지망생의 숫자가 계속에서 줄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목회자 과잉현상을 겪고 있는 것은 지금까지 한국교회가 고도성장을 거치며 급격히 늘어난 목회자 수요를 채우기 위해 너무나 많은 신학교들을 세웠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대형교단일수록 강하다. 예장 합동측의 경우 전국에 4개의 신학대학원에서 예비목회자들을 배출하고 있으며, 예장 통합측 역시 전국에 7개의 학교를 가지고 있다. 감리교 역시 3개의 신학교에서 예비목회자들이 공부하고 있다.

결국 신학생 감소에도 불구하고 목회자 공급과잉 현상을 보이고 있는 현재의 한국교회의 아이러니한 상황은 계속해서 성장만 해오던 한국교회가 정체기를 지나 마이너스 성장기를 맞이했음에도 불구하고 신학교 유지와 교세확장 등을 이유로 계속해서 목회자들을 양산해 낸 결과인 것이다.


목회자 정년조정 필요성 제기

이렇듯 신학생의 수가 계숙 줄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임목사의 수가 늘어나는 이유는 이미 기존의 교회가 필요로하는 목회자의 수가 포화상태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목회자는 꾸준히 공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필요로 하는 임지는 더 이상 늘어나지 않고 있다.


또한 교회성장 감소로 인해 더 이상 새로운 땅이 생기지 않고 있는 상황 속에서 기존의 목회자들이 모든 땅을 차지해 새로이 목회현장에 나온 젊은 목회자들이 갈 곳이 없어진 것 역시 문제다. 현재 한국교회는 공급과잉의 포화상태인 레드오션(Red Ocean)을 넘어 살아남기 힘든 데드오션(Dead Ocean) 상태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한국교회가 당면한 목회자 수급의 모순적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새로 유입되는 목회자의 수를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기존의 목회자들이 조기은퇴 등을 통해 젊은 목회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은퇴 후 목회자들이 생활의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 현재의 한국교회 상황 속에서, 조기은퇴란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은퇴후 목회자들이 담임목회를 하지 않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지속적인 목회활동을 펼칠 수 있는 방안이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 역시 어려운 부분이다. 실제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일부 군소교단의 경우 목회자의 정년을 없애기도 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았을때, 목회자들의 정년조정은 필요한 부분이다. 갈수록 줄어드는 청년층들을 다시 교회로 돌아오게 하기 위해서라도 젊은 목회자들이 제대로 자리를 잡고 목회활동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해 지금이라도 고민해보아야 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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